아마 삼국지를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못해도 '삼국지'라는 제목은 몇 번씩은 들어봤을 것 같다. 나도 어렸을 때 삼국지를 만화로 몇 번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근데 "너 삼국지 아니?"라고 말하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난 누군가가 삼국지 아냐고 물어보면 조심스럽게 "유비, 관우, 장비....?" 이정도 대답하는게 내 최선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에 만화로 보긴했지만 내 기억 속에서 많이 증발되어서 그냥 삼국지 모른다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삼국지를 한 번쯤 읽어보고 싶지만 뭔가 두껍고 어려울 것 같은 옛날 책이라서 먼 훗날, 언젠가로 미루고 있다가 이번에 추천을 받아서 설민석의 삼국지 1,2권을 모두 읽었다.
작년에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재밌게 읽어서 두꺼운 책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 표지에 있는 말 '누구나 쉽게 시작하고 모두가 빠져드는 이야기'를 처음엔 썩 신뢰하지 않았다. 근데 옛날 이야기나 역사에 1도 관심 없는 사람도 몰입할 수 있게 쉽게 표현되어있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삼국지 1은 역시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로 시작된다. 이 세사람을 묘사하는 것을 보면서 과장을 시켜도 이렇게 시켰나 싶다. 하지만 뭔가 삼국지를 보는 동안은 이 삼형제랑 같은 편인 것 같은 느낌이라 놀라움과 함께 든든함 정도만 느끼고 지나갔다.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계속 되는 전쟁과 수많은 인재들의 등장
2권까지 읽기까지 몇 주의 시간이 걸려서 1권의 내용이 생생하지는 않지만 지금 생각나는 부분을 적어보자면 동탁, 여포, 초선의 부분. 어마무시한 장수 여포의 초선이를 향한 마음이 인상적이였다. 반면 이런 점에서는 삼국지를 읽는 동안 내편이라고 느껴지던 유비는 비교적 아내나 자식은 살짝 뒷 순위였던 것 같아 살짝 의아했었다. 당연히 아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의 크기는 내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겠지만.. 조자룡이 유비의 자식을 목숨을 걸고 구해왔을 때 아끼는 장수 조자룡이 죽을뻔하였다며 아기를 떨어뜨려버리는 모습은 조금 많이 충격이였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유비, 관우, 장비보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인물은 조조였다. 그래서 저녁을 먹으면서 아빠한테 나는 삼국지의 여러 인물 중에서 누구랑 제일 비슷한 편인 것 같냐고 질문하면서 내심 조조라고 대답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없다고 하는 아빠의 단호한 대답에 씁쓸하게 마저 밥을 먹었다. 훌륭한 장수이기도 하면서도 책략가이기도 하면서 답답하게 꽉 막혀있지 않는 모습, 적일지라도 투항하고 오면 수용해주는 모습 등이 인상깊었던 것 같다. 항상 삼형제 쪽에서만 바라봐서 약간은 적처럼 느꼈었다. 그런데 이번에 삼국지를 읽으면서 '내가 지금 어느 편에 들어가서 싸우지도 않는데 니편 내편이 어디있나' 싶었다.
어느덧 이야기는 여러 전쟁들을 거쳐가면서 삼국지 이야기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설민석의 삼국지 2편의 3분의 2지점을 지날때쯤 관우의 죽음으로 시작하여 갑자기 영웅들이 우수수 죽어갔다. 아마 그때의 영웅들이 나이가 들기도 했을 것이니 시대가 변해가는 것이겠지 싶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그렇게 온 힘 다해 치열하게 전쟁하고 전략을 짜고 지역을 뺏고 지키는게 무슨 소용일까 싶었다. 어짜피 사람의 인생의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서 끝은 죽음인 것인데....
삼국지를 읽으면서 많은 걸 배웠고 마지막엔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며 내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삼국지를 읽고 싶지만 어렵고 재미 없을 것 같아서 꺼려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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