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마트에서 울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을 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눈에 들어왔던 책. 책을 빌려오면 다 읽고 반납할 때까지 잡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별로인 책일까봐 검색을 해봤다. 검색창에 'H마트에서 울다'를 검색하자마자 상단에 떠있는 글 제목이 버락오바마 추천 도서이길래 더는 어떤 책을 빌릴지 고민하고 싶지 않아 그대로 빌려왔다.
도서관에서는 대충 훑어보고 집어온 거라서 책의 제목과 표지 등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이 풍기는 이미지에 당연히 소설일거라 생각했었는데 한 장 한 장 읽어가다보니 에세이였다. 한국인 엄마를 가진 한국계 미국인 미셸이 담아낸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다. 이 책의 시작은 미셸이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자라나는 과정이 담겨져있다. '마미맘'이라고 불리우는 다른 친구들의 엄마를 부러워하며 미셸은 엄마와 딸 사이의 관계가 어떠한지 글로 보여주고 있다. 미셸은 뮤지션을 꿈꾸며 집을 떠나 생활하게 되는데 그녀가 25살이 되었을 때 언제나 굳건하게 딸의 옆에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던 엄마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옛날의 내가 읽었으면 이 책에 대한 감흥이 이만큼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고 한 사회인으로, 어른으로 세상에 걸어나가는 만큼 점차 약해져가는 부모님의 모습에 괜스레 가슴이 먹먹해진다. 언제나 부모님은 내가 힘들 때 부모님 뒤에 숨어 의지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어느새 그 시기는 지나간 것 같다. 미셸은 아마 엄마가 아프기 전과 후로 그 시기가 명확하게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마냥 땡깡 부릴 수 없는 시기, 엄마의 간병인으로 역할을 해내야하는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하는 딸. 그리고 바로 그 곁에서 사랑하는 엄마가 약해져가고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하는 딸.
난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지 않았지만 부모님이 편찮으실 때나 생각이 많아지는 밤에는 사랑하는 이와 언젠가 이별할 수 있다는 사실이 큰 공포로 다가온다. 목구멍부터 차오르는 슬픔을 몇번이고 삼켰던 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여러 날에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솟구쳐 올라온다. (책을 들고 다니며 읽었기 때문에 울컥한 순간에는 끊어 읽었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낸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떠올리며 추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있을 때 잘해야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후회없이 살아야지.
오늘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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